훈민정음의 위대한 점은 새로운 문자를 만든 것에도 있지만, 문자의 운용법으로 문자를 확장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문자 체계의 혁신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혼란스럽고 체계적이지 않은 모양을 가진 국제적인 발음기호를 대체하여 문자 자체가 발음기호와 일치하는 디지털 언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뛰어난 문자임을 세계인이 인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은 훈민정음의 문자 운용법입니다.
나란히 쓰기(병서법), 이어쓰기(연서법), 종성법, 모아쓰기(성음법), 붙여쓰기(부서법), 사성법
이번 포스팅은 훈민정음의 문자 운용법 중에서 저번에 포스팅한 종성법과 더불어, 영어처럼 음소문자이면서도 음절문자로 기능할 수 있게 만든 원리인 모아쓰기(성음법)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와 관련된 붙여쓰기(부서법)도 알아보겠습니다.
※ 훈민정음의 문자운용법 중에 하나인 종성법은 아래의 링클르 참조하세요.
훈민정음의 문자 운용법 – 종성법(현대 국어와 비교를 통한)
1. 성음법의 필요성
세종께서 자음과 모음의 음소 문자를 만들고 나서 이것으로 우리말 소리를 적을 때. 영어의 알파벳을 나열하는 것처럼 다음과 같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띄어쓰기는 적용하겠습니다.
⇒ ㅇㅕㅍㅈㅣㅂㅇㅔ ㅅㅏㄹㄷㅓㄴ ㅇㅡㄴㅇㅜㄱㅏ ㅇㅣㅅㅏㄹㅡㄹ ㄱㅏㅆㅇㅓㅇㅛ.
수수께끼 같아 보이네요. 일단 문장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음소로만 표기가 되었지, 음절 단위로 표기가 되지 않아서입니다. 그래서 적은 것을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을 자음과 모음을 모아쓰기해서 음절로 적어 보겠습니다.
⇒ 옆집에 살던 은우가 이사를 갔어요.
위의 표기는 시각적으로도 정리가 되어 있지만, 발음을 할 때도 소리의 최소 단위인 음절로 모아쓰기가 되어 있어 고민할 필요가 없이 빠르게 발음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세종대왕님은 언어적 천재이십니다. AI가 세상을 뒤집어 놓는 오늘날이지만, 세계의 뛰어난 언어 학자가 AI를 이용하여 문자 체계를 만든다고 하여, 과연 훈민정음에 버금가는 문자를 만들 수 있을까요!!!
2. 훈민정음의 성음법
1) 훈민정음 기록으로 본 '성음법'의 명칭
① <훈민정음> 예의 기록
위의 위 이미지에서 보듯이, '성음법'이라는 용어는 세종께서 직접 쓰신 ‘<훈민정음> 예의’ 부분에서 따온 단어입니다.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든 글자는 반드시 초성, 중성, 종성을 합쳐야 음절(소리)을 이룬다.’
② <훈민정음> 해례 기록
위의 아래 이미지는 집현전 학자들이 쓴 ‘<훈민정음> 해례’의 합자해 중의 '성자법'으로서, 음절을 쓰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 ‘초성자, 중성자, 종성자 셋을 모아서 음절 표기의 글자를 만든다.’
2) 성음법의 이론적 원리
성음법과 성자법은 명칭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말입니다. ‘성음법’은 음절을 이루는 원리 중심의 설명이고, 음절로 적는 원리 중심이 ‘성자법’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성음법’이라고 주로 말합니다.
① 음절의 중요성 파악
어떤 발음을 할 수 있는 소리의 가장 작은 단위(음절)로 표기를 한다면 소리와 표기가 1:1로 대응하기 때문에 읽기도 쉽고 보기도 좋겠죠. 그래서 한 덩어리로 된 음절을 표기하기 위해 자음과 모음을 한 덩어리로 써야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했을 것입니다.
② 자음과 모음의 구별
음절을 분석하여, 목구멍에서 나오는 공기가 차단이나 장애가 되는 소리인 자음과 공기의 흐름이 차단되지 않고 자유롭게 나오는 소리인 모음으로 분석하여, 그것을 적을 수 있는 28자의 자음과 모음을 창제하였다는 것입니다.
③ 종성법의 발견
하나의 음절을 발음하는 순서는 초성 → 중성 → 종성으로 순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면 문자를 창제할 때, 초성과 중성과 종성을 각각 따로 만들 수도 있겠죠. 그러나 세종께서는 초성과 종성의 발음이 같은 것임을 파악하고, 달리 종성을 만들지 않고 초성을 다시 사용한다는 규정을 만든 것입니다. 대단한 발견입니다. 이것은 훈민정음이 음절문자가 되게 한 핵심 규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영어에서는 언어 학자들이 음절을 초ㆍ중ㆍ종성으로 학문적인 분석을 하였지만, 표기에서는 종성을 구별하여 적는 문자 체계가 아니므로 음절문자 기능은 없습니다.
④ 성음법
새롭게 창제한 자음과 모음 중에서, 자음을 다시 초성과 종성으로 나누어서 초성, 중성, 종성을 합쳐야 음절(소리)을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모아쓰기(성음법)로 표기
① 음절의 표기 순서
‘<훈민정음> 해례’의 제자해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초성은 그 소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뜻이 있으므로 하늘의 일이고, 종성은 그 소리가 멈추어 안정되는 뜻이 있으므로 땅의 일이다. 중성은 초성을 이어 생겨나고 종성과 접하여 음절을 이루는 것으로 완성되니 이는 사람의 일이다.’
이것은 음절을 이루는 순서를 ‘천지인 삼재(三才)’ 사상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즉 음절은 중성을 중심에 두고 앞의 초성에서 시작하여 뒤의 종성으로 그 소리를 마무리한다는 뜻입니다.
② 초ㆍ중ㆍ종성자의 위치
위의 이미지는 ‘<훈민정음> 해례’의 합자해 중의 초ㆍ중ㆍ종성자의 위치를 규정한 것 중 일부입니다. 그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군(君)'자의 초성 ‘ㄱ’은 중성 ‘ㅜ’ 위에, '업'(業)'자의 초성 ‘ㆁ’은 중성 ‘|’ 왼쪽에 놓인 것과 같다.
- 종성는 초성과 중성의 아래에 놓인다. '군(君)'자의 종성 ‘ㄴ’은 '구' 아래에, '업'(業)'자의 종성 ‘ㅂ’은 '어' 아래에 놓인다.
초ㆍ중ㆍ종성자를 모아쓰기(성음법)하여 음절을 적는 경우, 초ㆍ중ㆍ종성 발음의 순서를 고려하여 중성자는 초성자의 아래나 오른쪽에, 종성자는 초성자와 중성자의 아래에 적어야 함을 규정한 것입니다. 이는 정사각형인 한자 모양에 힌트를 얻었지만, 모아쓰기는 과학적이면서도 독창적이고, 효율적입니다. 대단합니다!!!
③ 붙여쓰기(附書法부서법)
위 이미지는 ‘<훈민정음> 예의’에 기록된 붙여쓰기(부서법)의 규정입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ㆍ, ㅡ, ㅗ, ㅜ, ㅛ, ㅠ’는 초성의 아래에 붙여 쓰고, ‘ㅣ, ㅏ, ㅓ, ㅑ, ㅕ’는 초성의 오른쪽에 붙여 쓰라.
이 규정은 이미 위에서 언급한 ‘<훈민정음> 해례’의 규정과 동일한 것으로, 모음에 초점을 맞춘 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ㆍ’나 ‘가로로 긴 모양의 모음’은 초성의 아래에 쓰고, ‘세로로 긴 모양의 모음’은 초성의 오른쪽에 배치함으로써 정사각형의 조화로운 음절의 모양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상으로 음소문자인 자음과 모음의 글자를 초성과 중성과 종성으로 다시 분석하고, 이를 다시 모아쓰기(성음법)를 하여 음절문자로 기능하게 하는 훈민정음의 음절 표기 방법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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