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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문자 운용법 - 나란히 쓰기(병서법)

보리마음 2024. 11. 13. 19:51

훈민정음 세종의 어지 중 - (주) 이야기 실시간 뉴스 블로그 인용

세종대왕께서 기본 글자 28자(자음 17+모음 11)를 과학적 원리로 새롭게 만든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훈민정음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본 문자를 이용한 문자의 확장과 이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규정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기록된 문자 운영 방법은, 음소 문자로서 인류의 역사상 가장 과학적인 문자가 될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점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훈민정음의 다양한 ‘문자 운용법’ 중에서 새롭게 창제한 자음과 모음의 기본 글자를 조합하여 우리말 소리의 표기를 확장하는 '나란히쓰기(병서법)'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문자 운용법 – 나란히 쓰기(竝書法  병서법 ), 이어쓰기(連書法 연서법), 종성법, 붙여 쓰기(附書法 부서법), 성음법, 사성법
 

훈민정음 예의 언해본 내용

 

1. 나란히 쓰기(竝書法 병서법)의 개념

이미 만들어진 기본 문자 두 글자 또는 세 글자를 합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란히 써서 또 다른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를 확장하는 규정입니다. 초성, 중성, 종성에 모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각자병서(各自並書) - 자음에만 적용
  • 합용병서(合用竝書) - 자음, 모음 모두 적용

2. 각자병서(各自並書)

1) 방법

된소리를 표기하기 위하여 따로 문자를 만들지 않고 같은 기본 초성 문자를 나란히 씁니다.
예시) ㄱ + ㄱ = ㄲ
 

2) 문자 종류(쌍자음)

ㄲ, ㄸ, ㅃ, ㅆ, ㅉ, ㆅ이 있습니다. 
이 중 ‘ㅆ’과 ‘ㆅ’만이 국어 단어의 어두음 표기에 쓰였고 나머지는 다른 형태소와 결합될 때에 쓰였습니다.  이 중 'ㆅ'은 오늘날 사용하지 않는 문자입니다. 

  • 말ᄊᆞᆷ(말의 예삿말) ,  소다(물 등을 쏟아) - 쏘다[화살 등을 쏘다]
  • 혀[舌] - ㆅㅕ다.(당기다)

 

※ ㆀ(쌍이응)

'ㆀ'은 15세기까지 간혹 사용되다가 세조 때 ㆆ, ㆅ과 같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특별한 소릿값은 없었고 단지 뜻을 구별하는 용도였으리라 추정됩니다.

  • 괴여(내가 남을 사랑하여)] - 괴ㆀㅕ(내가 남에게 사랑받아) ,  
  • 해ㆀㅕ(하게 하여, 사동) - 아래아를 사용할 수 없어 '해'로 표기

 

3) 청탁으로 본 자음 자질 비교

훈민정음에서는 쌍자음은 전탁(全濁)으로 분류하며, 현대국어의 된소리(경음)와 대체로 일치합니다. 후두와 입안 근육을 긴장시켜 숨이 거의 없이 내는 자음입니다.

  전청(全淸) 차청(次淸) 전탁(全濁) 불청불탁(不淸不濁)
어금니 소리(牙音 아음)
혓소리(舌音 설음) ㄴ, ㄹ(반설음)
입술 소리(脣音 순음)
잇소리(齒音 치음) , , △(반치음)
목구멍 소리(喉音 후음)

 
위 표의 빨간색 글자와 같이 '전청자'를 '각자 병서'하면 전탁자가 되는데, 이는 전청의 소리가 긴장하면 전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목구멍 소리의 경우, 차청자(ㅎ)를 이용하여 전탁자(ㆅ)를 만드는 것은, '전청자'인 'ㆆ'이 소리나는 위치가 입안 깊숙한 목청에서 나므로 전탁을 만들기 곤란하여, 그보다 얕은 '차청자'인 'ㅎ'으로 '전탁자'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 용어 설명

  • 청탁(淸濁) - 중국 성운학에서 조음 방법에 의해 말소리를 맑고 흐림(청탁)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 전청(全淸) - 현대 국어의 예사소리와 대체로 일치합니다. 성대를 울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발음하므로 소리가 맑다고 본 것이지요.
  • 차청(次淸) - 현대 국어의 거센소리와 대체로 일치합니다.
  • 전탁(全濁) - 현대국어의 경음(된소리)과 대체로 일치합니다. 발음기관을 긴장하여 내는 소리라서 소리가 흐리다고 본 것이지요.
  • 불청불탁(不淸不濁) - 현대 국어의 성대를 울리는 가장 약한 소리인 유성 자음(비음, 유음)과 대체로 일치한다.

 

3. 합용병서(合用竝書)

합용병서는 초성 · 중성 · 종성에 다 쓰였습니다. '서로 다른' 자음이나 모음을 두, 세 개를 나란히 쓰는 방법입니다.
 

1) 초성의 합용병서

① 방법 

서로 다른 자음을 조합하여 나란히 어울러서 자음을 쓰는 방식입니다. 현대 국어에서는 초성에는 쓰지 않고 종성에서만 겹받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합용병서한 초성을 달리 ‘어두 자음군'이라고 부릅니다.
 

② 종류와 예시

나란히 쓴 자음의 가장 앞에 무슨 자음이 오는지에 따라 계열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 ‘ㅅ’계열 - ᄭᅮᆷ(夢 꿈), ᄭᅬ(謀 꾀), ᄯᅩ(又 또), ᄯᆞᆷ(汗 땀), ㅼㅏ(地 땅), ᄲᅧ(骨 뼈) ᄲᅳᆯ(角 뿔)
  • ‘ㅂ’계열 - ᄠᅳᆮ(意 뜻), ᄡᆞᆯ(米 쌀), ᄡᅵ(種 씨), ㅂ작(隻 짝), ᄧᆞ다(織 옷감 따위를 짜다)
  • ‘ㅄ’계열 - ㅄ금(隙 틈), ᄢᅮᆯ(蜜 꿀), ᄣᅢ(時 때)

 

③ 발음

각자병서한 자음의 발음은 하나의 발음이므로 된소리로 발음하면 됩니다.
반면에 합용병서된 자음의 발음은 2개 이상의 자음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며 자음의 발음에 변화가 생깁니다. 합용병서한 자음의 발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 ㅅ 계열 – 예를 들어 ‘ᄯᆞᆷ(汗 땀)’의 ‘ㅼ’은, 혀끝과 잇몸 사이의 좁은 틈으로 빠르게 숨을 내보내는 ‘ㅅ' 발음과, 다음으로 혀 끝이 윗 잇몸에 접촉한 상태에서 숨을 막는 ‘ㄷ’의 모습이 ㅼ’입니다. 그리고 모음을 발음하면 ‘ㅅ' 발음의 영향으로 ’ㄷ‘이 된소리가 됩니다. 억지로 표현하자면 ’ㅅ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ㅂ 계열 - 예를 들어 ‘ᄠᅳᆮ(意 뜻)’의 ‘ㅳ’은, 자음만으로는 발음이 불가하므로 모음이 발음될 때, 두 입술이 닫힌 상태의 모습인 ‘ㅂ’에서 시작하여 혀 끝이 윗 잇몸에 접촉한 상태에서 숨을 막는 ‘ㄷ’이 발음됩니다, 억지로 표현하자면 ’ㅂ듣‘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ㅄ 계열 - 'ㅂ' 계열에서 'ㅅ'이 추가된 것이네요. 예를 들어 ᄣᅢ(時 때)의  ‘ㅵ’은, 'ㅂ' 계열처럼 자음만으로는 발음이 불가하므로 모음이 발음될 때, 두 입술이 닫힌 상태의 모습인 ‘ㅂ’에서 시작하여, 'ㅅ' 계열처럼 ‘ㅅ' 발음과 동시에 ‘ㅅ' 발음의 영향으로 ‘ㄷ’이 된소리로 발음됩니다.

 

이러한 ‘합용병서’ 초성(어두 자음군)은 후대에 모두 된소리로 바뀐 것을 감안하여 모두 어두 자음군의 마지막 자음을 ‘된소리'로 발음해도 됩니다.
 

2) 종성의 합용병서

 

종성을 합용병서한 문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ㄱㅅ,  ㄴㅅ,  ㄹㄱ,  ㄹㅁ,  ㄹㅂ,  ㄹㆆ

오늘날 사용하지 않는 겹받침은 'ㄴㅅ'과. 'ㄹㆆ'입니다.

예시)  종성의 합용병서는 ‘ㄹ’이 선행한 예들이 많았음을 볼 수 있습니다.

  • 훈민정음 해례 - ᄒᆞᆰ(土), 낛(釣), ᄃᆞᇌᄣᅢ(酉時)
  • 15세기의 문헌 – 갊 , ᄉᆞᆲ 등

※ 오늘날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에 있는 겹받침 종류
ㄳ, ㄵ, ㄶ, 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ㅄ

 

3) 훈민정음 해례본의 중성자의 합용(총 14자)

기본 모음 글자 11자를 조합하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만들어 쓴느 방법입니다.
 

① 기본 모음과 중성자 ‘ㅣ’와 합용

중성자 ‘ㅣ’가 다른 중성자들과 함께 어울려 새로운 중성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중성자 ㅣ의 발음이 혀가 펴지고 소리가 얕아서 입을 열기에 편하기 때문입니다.
 
기본 모음 ㆍ, ㅡ,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 + ㅣ   ⇒  ㆎ,  ㅢ,  ㅚ,  ㅐ,  ㅟ,  ㅔ,  ㆉ,  ㅒ,  ㆌ,  ㅖ
 

② 기본 모음에서  ‘ㆍ,  ㅡ, ㅣ’ 모음을 제외한 결합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결합하는 모음조화의 원칙을 유지한 합용이라서 모음 간에 동일한 특성을 지니므로, 서로 어울려도 어그러지지 않습니다.

  • ㅗ + ㅏ = ㅘ, ㅛ + ㅑ = ㆇ
  • ㅜ + ㅓ = ㅝ, ㅠ + ㅕ = ㆊ

 

※ 오늘날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에서 정한 합용 병서된 모음(11자)

ㅐ, ㅒ, ㅔ, ㅖ, ㅘ, ㅚ, ㅝ, ㅟ, ㅢ, ㅙ, ㅞ
 

※ 훈민정음과 한글 맞춤법과 비교

  • 훈민정음 해례본에만 있는 중성자  - ㆎ, ㆉ, ㆌ, ㆇ, ㆊ
  •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에만 있는 모음  -  ㅙ, ㅞ

이상으로 훈민정음에 규정된 다양한 문자 운용 방법 중 나란히 쓰기(병서법)으로 확장한 문자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