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위하여 중국 한자음 발음을 분석한 음운학 이론서인 ‘홍무정운’을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음절을 '성과 운' 두 가지로 분석한 중국과 달리, 우리 말소리에 대한 주체적인 인식으로 세종대왕께서는 초성, 중성, 종성으로 세분하고, 자음과 모음을 28글자를 만들고 다양한 운용 방식으로 음소 문자의 신경지를 개척함으로써 인류의 역사상 가장 과학적인 문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세종대왕께서 만든 28글자의 자음과 모음 중, 자음 17글자의 창제 원리와 자음에 적용된 음양오행 사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훈민정음의 모음 창제 원리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세요.
훈민정음의 모음 창제 원리와 음양 사상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위하여 중국 음운학 이론서를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하지만 초성과 종성이 같은 자음을 쓸 수 있다는 점을 깊게 인식하고, 초성, 중성, 종성으로 세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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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음 기본 글자 상형(상형의 원리)과 음양오행
자음과 모음의 기본 글자는 상형의 원리와 동양의 ‘음양 오행(陰陽 五行)’ 사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 자음 - 발음 위치와 관계가 깊은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 기본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 모음 - 하늘(天천) · 땅(地지) · 사람(人인)의 모양을 본떠 기본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상형의 원리 속에는 동양의 ‘음양 오행’ 사상이 녹아 있습니다. 특히 자음은 음양(陰陽)의 다양한 변화로 만들어지는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오행 (五行) '을 문자에 적용한 것입니다.



1) 어금닛 소리(牙音 아음) - ‘ㄱ’
‘ㄱ’의 소리는 뭘까요? ‘기역’이라고 답하면 안됩니다. 이것은 ‘ㄱ’ 문자(알파벳)의 명칭입니다.
'ㄱ'은 단독으로 발음되지 않고 모음과 결합해야 발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발음 전의 준비 동작으로 ‘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발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음 ‘ㅏ’와 결합한 ‘가’를 발음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에서, 발음하기 직전에 혀의 뒷부분이 어금니 쪽으로 목구멍을 막고 있는 것이 'ㄱ'을 발음하기 위한 혀의 모양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상태에서 모음 ‘ㅏ’를 발음하면 ‘가’ 발음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ㄱ' 자음의 발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ㄱ'을 발음하기 위한 ‘혀의 모양’을 본떠 'ㄱ' 자음을 만들었습니다.(위 왼쪽 이미지)
⇒ 어금니는 우툴두툴하고 길쭉하며, 소리가 목구멍 소리(수 水)와 비슷하나 채워져 있어 마치 나무가 물에서 생겨나 형체가 만들어진 것과 같으므로 목(木)에 해당합니다.
2) 혓소리(舌音 설음) - ‘ㄴ’
‘ㄴ’ 은 모음이 없어도 어느 정도 발음은 가능하지만, 모음과 결합해야 하나의 음절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발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를 발음하기 시작할 시점(‘ㅏ’ 발음 직전 상태)에서 혀 끝이 윗 잇몸에 접촉한 상태에서 나는 콧소리가 바로 ‘ㄴ’ 발음입니다.
⇒ 'ㄴ'을 발음하기 위한 ‘혀의 모양’을 본떠 'ㄴ' 자음을 만들었습니다. (위 가운데 이미지)
⇒ 혀는 날카롭게 움직이니, 소리가 구르고 날리어 마치 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과 같으므로 화(火)에 해당합니다.
3) 입술 소리(脣音 순음) - ‘ㅁ’
‘ㅁ’ 은 모음이 없이도 어느 정도 발음은 가능하지만, 모음과 결합해야 하나의 음절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발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를 발음하기 시작할 시점(‘ㅏ’ 발음 직전 상태)에서 두 입술이 닫힌 상태에서 나는 콧소리가 바로 ‘ㅁ’ 발음입니다.
⇒ 입을 다물었다가 여는 'ㅁ'을 발음하기 위한 ‘입술 모양’을 본떠 'ㅁ' 자음을 만들었습니다.(위 오른쪽 이미지)
⇒ 입술은 네모나고 합쳐지니, 소리를 머금으며 넓어지니 마치 흙이 만물을 담고 있어 넓고 큰 것과 같으므로 토(±)에 해당합니다.

4) 잇소리(齒音 치음) - ‘ㅅ’
‘ㅅ’ 은 모음이 없어도 어느 정도 발음은 가능하지만, 모음과 결합해야 하나의 음절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발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를 발음하기 시작할 시점(‘ㅏ’ 발음 직전 상태)에서 공기가 혀와 윗 잇몸 사이의 좁은 통로와 이빨 사이를 빠르게 통과하며 마찰하여 나는 소리가 ‘ㅅ’ 발음입니다.
⇒ 'ㅅ'을 발음하기 위한 ‘이빨 모양’을 본떠 'ㅅ' 자음을 만들었습니다.(위 왼쪽 이미지)
⇒ 이는 단단하고 끊을 수 있으니, 소리가 부서지고 걸리어 쇠가 가루가 되었다가 단련되어 이루어지는 것과 같으므로 금(金)에 해당합니다.
5) 목구멍 소리(喉音 후음) - ‘ㅇ’
‘ㅇ’ 의 발음은 비어서 통하는 소리이며 초성에만 사용합니다. 발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음절의 발음이 모음을 중심으로 앞, 뒤로 자음이 배치되는 형식입니다. 그런데 모음을 발음하려면, 먼저 목구멍으로 숨이 나와야 하는데, ‘ㅇ’ 은 모음 발음에 앞서서 목구멍으로 숨이 나오는 발음입니다.
⇒ 모음 발음에 앞서서 숨이 나오는 ‘목구멍 모양’을 본떠 'ㅇ' 자음을 만들었습니다.(위 오른쪽 이미지)
⇒ 목구멍은 깊숙하고 젖어 있으며, 소리가 비어서 통하니 마치 물이 비고 투명하게 흐르는 것과 같으니 수(水)에 해당합니다.
2. 가획의 원리(자음 글자의 확장)
기본 글자 외의 자음 글자 만드는 방식은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는 방식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소리(오음)의 기본 글자보다 소리가 세어지면, 같은 발음 위치의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여 새로운 글자들을 만들었습니다.
1) 어금닛 소리(牙音 아음)
기본 글자 'ㄱ' → ㅋ, ㆁ
- ㅋ - 기본 글자 'ㄱ'에 비해 소리가 더 세기 때문에 획을 더하여 만든 것입니다.
- ㆁ(옛이응) - '어금닛 소리'인 ㆁ(옛이응) 은 기본 글자 'ㄱ'보다 소리가 약하지만 획을 더하여 만들었으므로 이체자(異體字)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모양은 '목구멍 소리'의 기본 글자인 'ㅇ'에 획을 더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아래를 참고하세요.

※ 이체자(異體字) - ㆁ , ㄹ, △
대체로 가획의 원리는 소리가 세어지면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는 것인데, 오직 ㆁ(옛이응), ㄹ(반설음), △(반시옷, 반치음, 반잇소리)만은 그 소리가 기본 글자보다 약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획을 더하여 만들었으므로, 기존의 가획의 원리에서 벗어난 방식을 사용했다는 의미로 ‘이체자’라고 합니다.
※ 꼭지 달린 ‘ㆁ(옛이응)’의 모양
‘옛이응’은 오행 중에 목(木)에 해당하는 어금닛 소리이지만, 수(水)에 해당하는 목구멍 소리인 ‘ㅇ’과 발음이 유사하므로, 나무(木)의 새싹이 물(水)에서 생겨나 부드럽고 연약하면서 물기가 많은 이치에 따라 ‘ㅇ’에 새싹 모양의 꼭지를 만들었으므로 ‘꼭지 이응’이라고도 합니다.
2) 혓소리(舌音 설음)
기본 글자 ‘ㄴ’ → ㄷ,ㅌ,ㄹ
- ㄷ,ㅌ - 기본 글자 ‘ㄴ’에 비해 소리가 더 세기 때문에 획을 점점 더하여 만든 것입니다.
- ㄹ(반설음, 반혓소리) - ‘ㄴ’ 보다 소리가 약하지만, 획을 더하여 만들었으므로 이체자(異體字)로 분류합니다.
3) 입술 소리(脣音 순음)
‘ㅁ’ 기본 글자 → ㅂ, ㅍ
- ㅂ, ㅍ - 기본 글자 ‘ㅁ’에 비해 소리가 더 세기 때문에 획을 더하여 만든 것입니다.
4) 잇소리(齒音 치음)
기본 글자 ‘ㅅ’ → ㅈ, ㅊ, △
- ㅈ, ㅊ - 기본 글자 ‘ㅅ’에 비해 소리가 더 세기 때문에 획을 더하여 만든 것입니다.
- △(반 시옷, 반치음, 반잇소리) - 기본 글자 ‘ㅅ’보다 소리가 약하지만, 획을 더하여 만들었으므로 이체자(異體字)로 분류합니다.
5) 목구멍 소리(喉音 후음)
기본 글자 ‘ㅇ’ → ㆆ, ㅎ
- ㆆ (여린 히읗) , ㅎ - 기본 글자 ‘ㅇ’에 비해 소리가 더 세기 때문에 획을 더하여 만든 것입니다.
3. 종합
세종 대왕께서 훈민정음으로 새롭게 만드신 17자의 자음을 발음 기관의 위치와 가획의 원리로 구분한 자음 표입니다.
오늘날 자음의 수는 ‘△(반치음), ㆁ(옛이응), ㆆ(여린 히읗)’을 사용하지 않아 14자입니다.
소리 종류 | 상형의 원리 | 가획의 원리 | 다른 방식으로 가획 | 현재 쓰지 않는 문자 | |
기본 글자 | 1차 가획 | 2차 가획 | 이체자 | ||
어금니 소리(牙音 아음) | ㄱ | ㅋ | ㆁ | △, ㆁ, ㆆ | |
혓소리(舌音 설음) | ㄴ | ㄷ | ㅌ | ㄹ | |
입술 소리(脣音 순음) | ㅁ | ㅂ | ㅍ | ||
잇소리(齒音 치음) | ㅅ | ㅈ | ㅊ | △ | |
목구멍 소리(喉音 후음) | ㅇ | ㆆ | ㅎ |
이상으로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에 자음을 어떤 원리로 만들었는지를 음양 오행 사상과 더불어, 상형과 가획의 원리로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 훈민정음의 모음 창제 원리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세요.
훈민정음의 모음 창제 원리와 음양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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