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사랑

한글 모음 순서의 유래와 명칭

보리마음 2024. 11. 10. 15:50
이승현 한글그림(모음창제 기본자) 천(아래아) 281 ❘ 종이에 아크릴물감 19×27.3cm ❘ 2021

 

 
‘ㅏ(아), ㅑ(야), ㅓ(어), ㅕ(여), ㅗ(오), ㅛ(요), ㅜ(우), ㅠ(유), ㅡ(으), ㅣ(이)’

 
이것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의 한글 기본 모음의 순서와 명칭입니다.
이러한 순서와 명칭은 언제, 누가 만들었을까요?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을까요? 
아닙니다. 한글 모음의 순서는 조선 중기 최세진이 쓴 『훈몽자회』(1527)라는 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한글 모음의 순서와 명칭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로 '한글 자음 순서와 명칭의 유래'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세요.
한글 자음 순서와 명칭의 유래


1. 오늘날 한글 모음

1) 모음의 수(총 21자)

① 기본 모음(총 10자)

모음 발음을 표기하기 위하여 글자의 모양을 서로 다르게 만든 한글 모음 문자입니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 만든 기본 모음 11자 중,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기본 모음 문자는 10자입니다.

  • 기본 모음 10자 -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 오늘날 사용하지 않는 기본 모음 1자 - ㆍ(아래 아)

※ ‘ㆍ(아래 아)’의 소멸

ㆍ (아래 아)는 'ㅏ'와 'ㅗ'의 중간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ㆍ (아래 아)의 소멸 과정은 다음과 같이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이러한 변화로 모음 조화가 많이 파괴되었습니다.

  • 15세기 후반~16세기 초 -  두 번째 이하 음절에서 'ㆍ'는 주로 'ㅡ'로 변함.
  • 18세기 중엽 이후 -  첫 음절에서 'ㆍ'가 주로 'ㅏ'로 변함.

 

② 기본 모음 글자 확장(총 11자)

한글 기본 모음 10자만으로 적을 수 없는 소리들을 적기 위하여 기본 모음 글자를 조합하여 어울러서 확장한 글자입니다.

  • 기본 모음 두 자 조합(9자) - ㅐ, ㅒ, ㅔ, ㅖ, ㅘ, ㅚ, ㅝ, ㅟ, ㅢ
  • 기본 모음 세 자 조합(2자) - ㅙ, ㅞ

 

2) 오늘날 모음의 순서와 명칭(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① 기본 모음(총 10자)

남과 북 모두 그 순서가 동일합니다.
자음은 단독으로 발음이 불가하므로 ‘기역’과 같은 특별한 명칭을 만들어 쓰지만, 모음은 단독으로 그 소리를 낼 수 있으므로 그 소리가 바로 모음의 명칭이 됩니다.

남한 순서
북한 순서
명칭

  

② 기본 모음 글자 확장(총 11자)

남한과 북한의 순서가 아래의 붉은 색으로 된 모음에서 조금의 차이를 보입니다.

남한 모음 순서
명칭
북한모음 순서
명칭

 

※ 국어 사전에 올릴 때의 자모 순서(21자)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과는 많이 다릅니다.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
 
 

국립 한글 박물관 전시 자료

2. 한글 모음의 순서의 유래

1) 『훈민정음 해례본』 에서 한글 모음의 순서

세종대왕께서 편찬한 『훈민정음』에서는 자음과 모음의 순서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으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자음과 모음의 순서와도 다릅니다.
모음의 경우 제자 원리에 기초하여 점차 단계적으로 확장된 글자의 순서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훈민정음 해례본』에 제시된 모음의 순서입니다.

국립 한글 박물관 훈민정음 표준 해설서(Ver2.5_20221024)에서 인용

① 예의와 제자해에서 순서

오늘날과 다르게 ‘ㆍ(아래 아)’와 오늘날 기본 모음 10자 포함하여 11자가 모음 만드는 원리에 따라 ‘기본 글자 → 기본 글자에서 한 번 획을 더하여 만든 글자 → 기본 글자에서 두 번 획을 더하여 만든 글자’ 순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② 중성해

예의에서 제시된 모음 11자와, 이를 조합한 모음 18자를 합하여 총 29자의 모음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훈몽자회'의 '언문자모' 부분

2) 오늘날 모음 순서의 유래와 명칭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맞춤법의 자음과 모음의 순서는 최세진의 『훈몽자회』(1527)의 앞 부분인 '언문자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① 『훈몽자회』(訓蒙字會)의 성격

최세진이 조선 중기(1527년)에 쓴 한자 학습서입니다. 특히 이 책은 실제적으로 어린 아동들이 한자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생활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에 관한 3,360자의 한자를 수록하고, 훈민정음으로 음과 뜻을 달아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한자를 익히기 위해서는 훈민정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하기에 책의 앞 부분에 훈민정음의 자음과 모음을 읽는 방법과 운용 원리를 간단하게 밝힌 ‘언문자모’를 수록하여 한자를 공부하기 위한 기초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글이 아니라, 한자를 공부하기 위한 목적이라서 조금은 아쉽지만, 수록된 한자의 뜻과 음은 고어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② 『훈몽자회』의 모음 순서

위 이미지를 보세요.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ㆍ(아래 아)
 
기본 모음의 순서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자음의 순서와 명칭과 마찬가지로 모음의 순서와 명칭도 훈몽자회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③ 『훈몽자회』에서 모음 명칭

한자를 훈민정음으로 음과 뜻을 적은 『훈몽자회』로 한자 학습을 시키기 위해서는, 훈민정음을 모르는 아동에게 자음과 모음을 읽는 방법과 운용에 대해 가르쳐야 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르치려다 보니 기존에 알고 있는 쉬운 한자의 음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모음의 소리에 해당하는 쉬운 한자 표기가 등장합니다.


한자 표기
한자 읽기ᄉᆞ
  • 한자음 그대로 읽기 - 阿, 也, 於, 余, 吾, 要, 牛, 由, 伊
  • 應(응) - 종성을 제외하고 발음.
  • 思(ᄉᆞ) - 초성을 제외하고 발음

자음과 달리 모음은 단독으로 그 소리를 낼 수 있으므로, 그 명칭을 따로 만들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그 소리가 모음의 명칭이 됩니다.(영어 알파벳과 달리, 발음과 글자가 1 : 1 대응이 되므로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세계인이 감탄할 만한 문자입니다.)
 

④ 관습을 존중

남북한 모두 『훈몽자회』에서 비롯된 자음과 모음의 순서와 명칭을 일부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우리의 문화적 전통을 존중하는 차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한글 모음의 순서와 명칭이 '훈몽자회'에서 비롯되었으며, 문화적인 전통을 존중하는 차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  '한글 자음 순서와 명칭의 유래'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세요.
한글 자음 순서와 명칭의 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