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사랑

한글의 음절 표기 방식의 가치 - 초성 중성 종성을 모아쓰기해서 음절로 표기

보리마음 2024. 11. 11. 16:11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한글은 다른 문자와 비교할 수 없는 우수한 점이 많지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초성과 중성과 종성을 합해서 하나의 음절로 표기(성음법)할 수 있는 장점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는 과학적이면서도 독창적이고, 미적으로도 뛰어난 장점 중의 하나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음절과 음운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1. 음절과 음운

1) 음절(音節)

① 개념

음절은 일반적으로 모음과 그 주위의 자음으로 이루어져서 한 덩어리로 발음이 가능한 소리의 가장 작은 단위입니다.
음절의 영어 단어는 ‘syllable’입니다. 어원인 라틴어 ‘syllaba’에서 유래하며, ‘함께 모으다’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자음과 모음(음운)을 함께 모아서(결합하여) 이루어진 소리가 ‘음절(syllable)’이라는 뜻입니다.
 

② 예시(사람)

사(음절) → ㅅ(자음) + (모음)
람(음절) → ㄹ(자음) + (모음) + ㅁ(자음)
 
‘사람’이라는 단어는 모음을 중심으로, 자음이 앞 혹은 앞뒤로 배치된 두 개의 음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럼 왜 ‘모음과 그 주위의 자음’이라고 할까요? 다음의 음운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타고난 예술가’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인용

2) 음운(音韻)

① 개념

말의 뜻을 구별해 주는 가장 작은 소리의 단위로서, 자음, 모음 및 고저, 강약, 장단 등이 있습니다.
음운의 영어 단어는 ‘Phoneme’입니다어원인 라틴어 ‘phonema’에서 유래하며이는 ‘소리’ 또는 ‘목소리’를 의미합니다.

  • 나(me) - 차(car)  →  초성(자음)으로 뜻을 구별
  • 나(me) - 너(you)  →  중성(모음)으로 뜻을 구별
  • 날(day) - 남(others)   →   종성(자음)으로 뜻을 구별

② 음운의 종류

  • 분절 음운 – ‘음소(音素)’라고 함. 자음과 모음처럼 나눌 수 있는 음운 (ex, ㅅ,ㅏ,ㄹ,ㅏ,ㅁ)
  • 비분절 음운 – ‘운소(韻素)’라고함. 고저, 강약, 장단처럼 나눌 수 없는 음운

 

③ 자음

자음은 ‘분절 음운(음소)’ 중의 하나로서, 발음할 때에 공기의 흐름이 어떤 형태로든 차단이 되거나 장애가 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자음 단독으로는 거의 발음이 되지 않으므로 모음과 결합을 해야 음소로서 작용합니다.
자음의 영어 단어는 ‘consonant’입니다. 어원인 라틴어 ‘consonans에서 유래하며, 이는 ’함께‘를 의미하는 접두사 ’con-과 ‘소리’를 의미하는 동사 ‘sonare가 결합된 형태입니다. 따라서 ’자음(consonant)’은 ‘함께 소리 나는’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자음이 모음과 함께일 때만이 소리 난다는 뜻입니다.
 

예시) ㄱ과 ㄴ 발음

‘ㄱ’과 ‘ㄴ을’ 발음하라 하면 <기역>, <니은>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발음이 아니고 문자(알파벳)의 명칭입니다. 발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 ‘ㄱ’ 발음 – 단독으로는 발음이 불가하고 모음과 결합해야 발음이 됩니다. 하지만 발음 전의 준비 동작으로 ‘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를 발음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에서 발음 직전의 혀의 뒷부분이 목구멍을 막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상태에서 모음 ‘ㅏ’를 발음하면 ‘ㄱ’ 발음이 됩니다.
  • ‘ㄴ’ 발음 – 어느 정도 발음은 가능하지만, 모음과 결합해야 하나의 음절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나’를 발음하기 시작할 시점(‘ㅏ’를 발음하기 직전 상태임)에서 혀 끝이 윗 잇몸에 접촉한 상태의 콧소리가 바로 ‘ㄴ’ 발음입니다.

 

④ 모음

모음은 ‘분절 음운(음소)’ 중의 하나로서, 발음할 때에 공기의 흐름이 차단되지 않고 자유롭게 나오는 소리이며 모음 단독으로 발음이 가능합니다.
모음의 영어 단어는 ‘vowel’입니다. 어원인 라틴어 ‘vocalis’에서 유래하였으며, 이는 ‘소리 나는’ 또는 ‘목소리’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모음(vowel)은 단독으로 발음이 가능합니다.
 

예시) ㅏ와 ㅓ 발음

〔 아〕, 〔어〕로 자음(초성) 없이도 발음이 가능한 것이 모음입니다.
 
 
 

 중국 문자일본 문자영어 문자한글
표기ひとperson사람
음절소리 표기 ×ひ + とper + son사 + 람
음소(분절 음운)소리 표기 ××p, e, r, s, o, nㅅ,ㅏ,ㄹ,ㅏ,ㅁ
직관적 음절 구별×××사, 람(두 음절)

 

2. 한글과 다른 문자의 전반적인 비교

  • 중국 문자 - 뜻을 드러내는 ‘표의(表意) 문자’라서 소리를 표기할 수 없습니다.
  • 일본 문자 - 소리를 표기하는 ‘표음(表音) 문자’이지만 자음과 모음(음소)으로 분리할 수 없는 ‘음절 문자’입니다.
  • 영어 문자 - 소리를 표기하는 ‘표음 문자’이면서도 자음과 모음(음소)을 분리하여 표기하는 ‘음소 문자’이지만, 자음을 초성과 종성으로 위치상으로 구별하여 하나의 음절로 묶어서 표기할 수 없습니다.
  • 한글 - 소리를 표기하는 ‘표음 문자’인 한글은 자음과 모음(음소)을 분리하여 표기하는 ‘음소 문자’이면서도, 자음을 초성과 종성으로 위치상으로 구별하여 하나의 음절로 묶어서 표기할 수 있습니다.

 

3. 음운과 음절로 본 한글과 영어 문자의 공통점

1) 표음 문자

- 소리를 문자로 표기
 

2) 음소 문자

- 소리를 음소인 자음과 모음으로 나누어서 표기
 

3) 자음에 대한 이해

한글과 영어 모두 자음을 초성과 종성으로 나누고, 초성에 사용하는 자음을 종성에 사용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 훈민정음 언해본의 예의 부분에 ‘종성부용초성’, 즉 ‘나중소리(종성)는 다시 첫소리(초성)을 쓴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 영어에서도 ’자음(consonant)’을, ‘시작’을 의미하는 ‘initial’과 결합된 ‘initial consonan(초성)’와 ‘마지막’을 의미하는 ‘Final’과 결합된 ‘Final consonant(종성)’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국립 한글 박물관 전시 자료

4, 음절 표기와 관련한 한글과 영어 문자의 차잇점

1) 한글 표기

다음 한글 창제의 원리와 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세종대왕이 편찬한 책의 내용 중에서 음운을 이용한 음절 표기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훈민정음 예의 언해본' 중 종성부용초성

 
① 종성부용초성

『훈민정음 예의 언해본』에 나오는 기록으로, 나중 소리(종성)는 다시 첫 소리(초성)를 쓴다는 뜻입니다.
이는 초성의 자음과 종성의 자음이 동일한 방식으로 발음된다는 것을 과학적 인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종성 자음을 만들 필요가 없어진 것이지요.
 

② 성음법

『 훈민정음 해례본 』의  '제자해에 나오는 기록으로 그 내용을 간략히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글자의 소리는 중성을 중심으로 하여 초성과 종성이 합쳐져 하나의 음절을 이루게 됩니다. 초성은 그 소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고, 중성은 초성을 이어 생겨나서 음절의 중심에서 종성과 접하고, 종성은 그 소리가 멈추어 마무리된다는 것입니다.
 

③ 과학적이고 의도적인 분석의 결과물

한글은 과학적으로 말을 분석하여 만든 의도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로서 언어학적인 측면에서 탁월한 점이 많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성음법’으로서, 위의 ①과 ②의 기록에서 특히 중요한 점은 종성 자음의 특징입니다. 종성 자음이 초성 자음과 다를 바가 없으며, 음절을 완성하는 자음이 된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초성, 중성, 종성을 합하여 하나의 음절로 표기한다는 것입니다.
 

 영어 문자한글
표기person사람
직관적 음절 구별음절 단위 구별 불가사, 람 두 음절로 구별 가능

 

2) 영어 표기

① 음절 단위 구별의 어려움

위의 표에서 보듯이 영어 문자가 표음 문자이지만, 직관적으로 몇 음절로 구성된 단어인지를 바로 확인할 수 없으므로, 소리의 최소 단위인 음절로 읽는 데 애로가 있습니다.
 
다른 예시)
KIMEUNA → '김은아', '기믄아', '기므나' (3가지로 읽을 수 있어 이름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EUNA-KIM → '은아-김', '으나-김' (2가지로 읽을 수 있어 이름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② 음절 표기 반영의 어려움

영어의 자음을 초성과 종성으로 분석하는 것은 문화적으로 누적된 언어적 결과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라는 점입니다. 그렇다 보니 음운과 음절에 대한 인식이 과학적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인식을 음절 표기에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영단어 &amp;lsquo;person&amp;rsquo; 을 음절 단위로 타이포 그라피

③ 미적 가치의 저하

설사 음운과 음절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표기에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필연성이 결여된 알파벳 모양 때문에 초성, 중성, 종성의 결합이 임의적이어서 모양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ex. ‘person’을 음절화해 본 위 그림)
 
이상으로 다른 언어와 비교하여 한글이 음소 문자이면서도 다른 언어와 달리 초성 자음과 중성 모음과 종성 자음을 함께 합성하여 한 음절을 이루어 표기할 수 있는 이유와 그러한 표기가 주는 장점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