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역, 니은, 디귿, 리을, 미음, 비읍, 시옷, 이응… 등 한글 자음의 순서와 명칭은 언제, 누가 만들었을까요? 조선 초기에 훈민정음을 반포한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을까요?
아닙니다. 한글 자음의 순서와 명칭은 조선 중기에 최세진이 만든 <훈몽자회>(1527)라는 책에서 비롯되었어요. 의외의 답변이지요! 그래서 지금부터 한글 자음의 순서와 명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해요.
참고로 '한글 모음 순서의 유래와 명칭'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세요.
한글 모음 순서의 유래와 명칭
1. 오늘날의 한글 자음
1) 자음의 수(총 19자)
① 기본 자음 14자
서로 모양을 다르게 만들어 발음을 표기하는 자음입니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 만든 자음 17자 중,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는 자음은 14자입니다.
- 기본 자음 14자 -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 오늘날 사용하지 않는 기본 자음 3자 - ㆁ, △, ㆆ
※ ‘ㆁ, △, ㆆ’의 명칭
- ㆁ - ‘ㅇ’ 위에 꼭지가 달렸다고 ‘꼭지 이응’이라 하며, 오늘날은 쓰지 않기 때문에 ‘옛 이응’ 이라고도 해요. 오늘날 종성 ‘ㅇ’과 같은 발음입니다.
- △ - 입 안에서 ‘ㅅ’과 같은 위치에서 발음이 되지만, 성대를 울리면서 부드럽게 나는 소리이기에 치음(齒音)의 대표인 ‘ㅅ’아래에 획을 더하여 만든 글자로서 ‘반시옷’ 혹은 ‘반치음’이라고 해요.
- ㆆ - 입을 벌려 목구멍에서 흘러 나오는 ‘ㅎ’을 조금 부드럽게 발음하므로 ‘여린 히읗’이라고 해요.
② 쌍자음 5자
이미 만들어진 자음을 조합하여 발음을 표기하는 자음입니다.
- 쌍자음 5자 - ㄲ, ㄸ, ㅃ, ㅆ, ㅉ
- 오늘날 사용하지 않는 쌍자음 1자 - ㆅ
❶ 의문
그럼, ㄲ, ㄸ, ㅃ, ㅆ, ㅉ은 세종대왕께서 새롭게 만든 글자가 아닌가요?
☞ 맞습니다! ‘쌍자음’은 기본적으로 만든 자음(기본 자음) 중에 같은 자음을 나란하게 어울러서 적은 것으로서, 만든 글자는 아니예요.
❷ 이유
그럼, 글자를 새롭게 만들면 되는데, 왜 만든 것으로 나란하게 어울러서 적었을까요?
☞ 그 이유를 추측해보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요.
예시) 국가 → 〔국까〕, 닫다 → 〔닫따〕
위의 ‘ㄱ’이나 ‘ㄷ’의 발음이 연결될 때 ‘ㄱ+ㄱ= ㄲ’이나 ‘ㄷ+ㄷ= ㄸ’으로 발음이 되므로, 이것을 참고하여 굳이 새롭게 다른 형태의 문자를 만들지 않고 같은 자음을 나란하게 어울러서 적었다고 추측해 봅니다.
※ 참고 사항
- 어두 자음군(겹자음) - 옛날에는 초성에도 ‘ㅺ, ㅼ, ㅳ, ㅄ, ㅶ, ㅷ, ㅴ, ㅵ’처럼 서로 다른 자음을 나란하게 어울러서 사용했지만 오늘날은 사라졌습니다.
- 겹받침 - 오늘날에는 종성(받침)에만 ‘ㄳ, ㄵ ㄶ,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ㅄ’ 등을 사용합니다.
2) 오늘날 자음의 순서와 명칭(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① 기본 자음 14자
❶ 순서와 명칭
지역 | ㄱ | ㄴ | ㄷ | ㄹ | ㅁ | ㅂ | ㅅ | ㅇ | ㅈ | ㅊ | ㅋ | ㅌ | ㅍ | ㅎ | |
남한 | 기역 | 니은 | 디귿 | 리을 | 미음 | 비읍 | 시옷 | 이응 | 지읒 | 치읓 | 키읔 | 티읕 | 피읖 | 히읗 | |
북한 | 명칭1 | 기윽 | 니은 | 디읃 | 리을 | 미음 | 비읍 | 시읏 | 이응 | 지읒 | 치읓 | 키읔 | 티읕 | 피읖 | 히읗 |
명칭2 | 그 | 느 | 드 | 르 | 므 | 브 | 스 | 응 | 즈 | 츠 | 크 | 트 | 프 | 흐 |
※ 북한의 자음 명칭
- 명칭 1 – 『훈몽자회』에서 유래한 자음 명칭의 오랜 전통을 존중하되, '기역, 디귿, 시옷'은 일관성이 있도록 '기윽, 디읃, 시읏'으로 바꾼 것입니다.
- 명칭 2 - 『훈몽자회의 복잡한 명칭 대신에 단순하고 쉽게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응’ - 음가가 없는 초성 ‘ㅇ〔∅〕’과 음가가 있는 종성 ‘ㅇ〔ŋ〕’을 동시에 명칭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❷ 의문점
- 외우기 쉽게 기, 니, 디, 리… 등, 혹은 북한처럼 그, 느, 드, 르… 등으로 할 것이지 왜 어렵게 ㄱ(기역), ㄴ(니은), ㄷ(디귿), ㄹ(리을)… 등으로 했을까요?
- 왜 ‘ㄱ(기역), ㄷ(디귿), ㅅ(시옷)’은 뒷 음절이 다른 자음과 명칭의 형식이 다른가요? (북한은 동일함)
- 자음의 순서를 ㄱ(기역), ㅋ(키읔), ㄴ(니은), ㄷ(디귿), ㅌ(티읕), ㄹ(리을)… 등으로 하면 외우기 쉬울 것인데, 왜 위와 같은 순서인가요?
→ 이에 대한 대답은 아래의 ‘2. 한글 자음의 순서와 명칭의 유래’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② 쌍자음
ㄲ | ㄸ | ㅃ | ㅆ | ㅉ | |||
남한 | 쌍기역 | 쌍디귿 | 쌍비읍 | 쌍시옷 | 쌍지읒 | 자음의 형태 중시 ‘쌍’이라는 단어 사용 | |
북한 | 명칭1 | 된기윽 | 된디읃 | 된비읍 | 된시읏 | 된지읒 | 자음의 성질 중시 ‘된’이라는 단어 사용 |
명칭2 | 끄 | 뜨 | 쁘 | 쓰 | 쯔 |
※ 사전에서의 자음 순서 다음과 같습니다.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ㅊ, ㅋ, ㅌ, ㅍ, ㅎ
2. 한글 자음의 순서와 명칭의 유래
1) 『훈민정음 해례본 』 에서 자음의 순서와 명칭
세종대왕이 편찬한 『훈민정음』에서는 자음과 모음의 순서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으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자음과 모음의 순서와도 다릅니다. 또한 자음은 명칭도 없습니다. 다음은 『훈민정음 해례본』에 제시된 자음의 순서입니다.
출처 | 자음 제시 순서 | 배열 기준 | |
(어제) 예의 | ㄱ, ㅋ, ㆁ - ㄷ, ㅌ, ㄴ - ㅂ, ㅍ, ㅁ - ㅈ, ㅊ, ㅅ - ㆆ, ㅎ, ㅇ - ㄹ, △ | 발음 위치 중심 | |
해례 | 제자해 | ㄱ, ㄴ, ㅁ, ㅅ, ㅇ – ㅋ, ㄷ, ㅌ, ㅂ, ㅍ, ㅈ, ㅊ, ㆆ, ㅎ - ㄹ, ㆁ, △ | 제자 원리 중심 |
초성해 | ㄱ, ㅋ, ㄲ, ㆁ - ㄷ, ㅌ, ㄸ, ㄴ - ㅂ, ㅍ, ㅃ, ㅁ - ㅈ, ㅊ, ㅉ, ㅅ, ㅆ - ㆆ, ㅎ, ㆅ, ㅇ - ㄹ, △ | 예의의 순서에서 ㄲ, ㄸ, ㅃ, ㅆ, ㅉ, ㆅ을 추가 |
2) 오늘날 사용하는 자음 순서와 명칭의 유래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 자음과 모음의 순서와 명칭은 최세진의 『훈몽자회』(1527)에서 비롯되었어요.
① 『훈몽자회』(訓蒙字會)의 성격
중국어 역관인 최세진이 1527년(중종 22)에 어린 아동들을 위해 쓴 한자 학습서입니다. 당시 사용하던 한자 학습서인 『천자문』의 추상적인 내용 대신에 생활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에 관한 3,360자의 한자들을 수록하고 훈민정음으로 음과 뜻을 달아 책만 봐도 익히기 쉽게 만든 한자 학습서입니다.
그런데 한자를 쉽게 익히기 위해서는 훈민정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하기에 책의 앞 부분에서 '언문자모'라는 제목으로 훈민정음의 자음과 모음을 읽는 방법과 운용 원리에 대하여 적어 놓았습니다. 이는 훈민정음을 공부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한자를 공부시키기 위한 목적이라서 조금은 아쉽지만 수록된 한자의 뜻과 음은 옛날 우리말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② 『훈몽자회』에서 자음의 순서
위 왼쪽 이미지를 보세요.
❶ 초성과 종성(받침)에 모두 쓸 수 있는 자음
최세진이 아래와 같이 자음 8자를 배치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ㆁ(옛 이응)
※ 다음은 위의 ㆁ(옛 이응)과 ,이와 비슷한 모양의 ㅇ(이응)에 대한 설명입니다.
- ㆁ(옛 이응) - 음가는 〔ŋ〕이며, 초성과 종성에서 다 사용할 수 있는데, 초성에서 발음도 점차 소멸되고, 종성 표기도 점차 비슷한 모양인 ‘ㅇ’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예시) 오시니잇고 → 초성에 'ㆁ(옛 이응)' 사용, 훈민정음 → 종성에 'ㆁ(옛 이응) ' 사용 ☞ 잇과 정에서 'ㆁ(옛 이응)' 표기가 되지 않아, 할 수 없이 'ㅇ'으로 표기합니다.
- ㅇ(이응) - 음가는 〔∅〕이며, 초성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음을 발음하면 목구멍으로 숨이 나오는 것에 착안하여 목구멍 모양을 본떠 ‘ㅇ’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시) 아이
❷ 초성에만 쓸 수 있는 자음
ㅋ, ㅌ, ㅍ, ㅈ, ㅊ, △, ㅇ, ㅎ
- ‘△’을 제외하고 오늘날은 초성과 종성 표기에 모두 쓰입니다,
- 하지만 당시에는 소리나는 대로 표기했으므로 위의 자음은 종성 표기에는 쓰이지 않아, 그 순서가 뒤로 미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위의 자음에 대한 오늘날과 옛날의 종성 자음 표기 방식의 차이입니다.
오늘날 → 옛날 방식(대표음으로 표기) | 예시 |
ㅋ → ㄱ | 부엌 → 부억 |
ㅌ, ㅎ → ㄷ | 밭 → 받, 좋다 → 졷타 |
ㅍ → ㅂ | 앞 → 압 |
ㅈ, ㅊ, △ → ㅅ (오늘날은 대표음이 ‘ㄷ’임) | 곶 → 곳 (중세국어 표기이며 ‘꽃’이라는 뜻) |
③ 『훈몽자회』에서 자음의 명칭
훈민정음으로 적은 한자의 음과 뜻으로 한자를 익히게 하기 위해서 훈민정음을 모르는 아동에게 자음이나 모음 표기의 발음을 직접 말로써 가르칠 수도 있지만, 아동들이 책만으로도 익히게 하기 위해 기존에 알고 있는 한자의 음을 동원하여 이해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자음과 관련된 표기가 등장합니다.
❶ 초성과 종성(받침)에 모두 쓸 수 있는 자음
최세진은 초성과 종성에 쓰일 수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초성 + 모음 ‘ㅣ’>와 <‘으’ + 종성> 발음의 두 개 음절로 구성된 한자를 사용하였습니다.
예시) 尼隱(니은) ← 니(ㄴ+ㅣ), 은(으+ㄴ)
ㄱ | ㄴ | ㄷ | ㄹ | ㅁ | ㅂ | ㅅ | ㆁ(옛 이응) | |
한자 표기 | 其役 | 尼隱 | 池末 | 梨乙 | 眉音 | 非邑 | 時衣 | 異凝 |
한자 읽기 | 기역 | 니은 | 디귿 | 리을 | 미음 | 비읍 | 시옷 | 이응 |
이응의 'ㅇ'은 모두 'ㆁ(옛 이응)'을 사용해야 하지만 입력이 불가하여 '이응'으로 표기함
- 초성 - ‘其, 尼, 池, 梨, 眉, 非, 時, 異’ 한자 발음에서 모음 ‘ㅣ’를 제외하고 초성의 자음 발음만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종성 - 隱, 乙, 音, 邑, 凝 한자 발음에서 모음 ‘으’를 제외하고 종성의 자음 발음을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役(역) - ‘윽’으로 발음되는 한자가 없으므로 ‘역’으로 발음되는 한자로 대체한 것입니다.
- 末(끝 말)과 衣(옷 의) - 종성 발음이 ㄷ과 ㅅ으로 끝나는 한자가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한자의 뜻에 해당하는 우리말 소리의 종성 발음을 취하라는 것입니다. 끝의 발음은 〔귿〕입니다.
'ㄱ ~ ㅇ'의 한자 명칭은, 원래『훈몽자회』에서 자음을 익히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된 것인데, 세월이 흘러 오늘날에는 자음의 명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윽, 디읃, 시읏'이 아닌 '기역, 디귿, 시옷'과 같이 예외적인 명칭이 자리잡았으며, 그러한 오랜 전통을 존중하여 지금도 한글 맞춤법의 자음 순서와 명칭은 '기역, 니은, 디귿, 리을, 미음, 비읍, 시옷, 이응'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북한에서는 다른 것들과 일관되도록 이들을 '기윽, 디읃, 시읏'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❷ 초성에만 쓸 수 있는 자음
최세진은 초성에만 쓰일 수 있음을 표현하기 위해 <초성 + 모음 ‘ㅣ’> 발음으로 구성된 한자를 사용하였습니다.
ㅋ | ㅌ | ㅍ | ㅈ | ㅊ | △ | ㅇ | ㅎ | |
한자 표기 | 箕 | 治 | 皮 | 之 | 齒 | 而 | 伊 | 屎 |
한자 읽기 | 키 | 티 | 피 | 지 | 치 | △ㅣ | 이 | 히 |
- 초성 - ‘治, 皮, 之, 齒, 而, 伊, 屎’ 한자 발음에서 모음 ‘ㅣ’를 제외하고 초성의 자음 발음만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箕(키 기) - 키로 발음되는 한자가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한자의 뜻에 해당하는 우리말 소리의 초성 발음을 취하라는 것입니다.
'ㅋ ~ ㅎ'의 세부적인 순서는 다르지만 'ㄱ ~ ㅇ' 의 뒤에 배치되다는 점은 오늘날도 그대로이나, 자음의 명칭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명칭을 일관성 있게 'ㄱ ~ ㅇ'의 명칭 방식으로 모두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이상으로 오늘날의 한글 자음 순서와 명칭이 아동용 한자 학습서인 『 훈몽자회』에서 어떻게 유래하였는지를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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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모음 순서의 유래와 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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