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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훈민정음 문자 – 반치음(ㅿ)의 발음과 사용

보리마음 2024. 11. 20. 14:57

 
세종대왕께서 창제한 문자 중 하나인 'ㆍ, ㆁ, ㆆ, ㅿ'은 현재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자가 오늘날 발음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발음 기관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발음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음 'ㆆ'은 ‘ㅇ’과 구별하기 힘들지만 숫자 ‘1’의 초성 발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잊혀진 우리 문자는 현대의 AI 디지털 시대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문자와 발음이 1:1로 대응하며, 문자들 간에 과학적인 연관성이 있어 문자 조합으로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발음되고 있지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반치음(ㅿ)'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훈민정음>의 반치음에 대한 기록

1. ‘ㅿ’의 발음의 성격과 명칭

1) 반치음(반잇소리)

위 이미지의 위쪽은 <훈민정음 언해본>의 ‘예의’에 나오는 기록이 입니다.
 
‘△은 반치음(반잇소리) 글자이니, 그 소리는 한자 ‘穰’의 초성 발음([z])과 같다.‘
 

2) 불청불탁

위 이미지의 아랫쪽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제자해’에 나오는 기록이입니다.
 
'ㆁ, ㄴ, ㅁ, ㅇ, ㄹ, △이 나타내는 소리는 불청불탁(不清不濁)으로 나뉜다.'
 

3) 발음 종합

  • ㅅ – 잇소리(치음) 계열이며, 발음의 성격은 목청을 울리지 않는 전청(예사소리)입니다.
  • ㅿ - 잇소리(치음) 계열이지만, 발음의 성격은 ‘ㅅ’보다 소리가 약한, 목청이 울리는 불청불탁(울림소리)입니다. [Z] 발음에 해당합니다.

훈민정음에서 자음을 만드는 방법은, 기본자를 만들고, 그보다 소리가 세어지면 기본자에 획을 더하여 새로운 글자들을 만들었습니다.(ex. ㄴ→ ㄷ→ ㅌ)
‘△’ 역시 잇소리(치음)의 기본자 ’ㅅ‘의 아래에 획을 더했지만, ’ㅅ‘보다 소리가 더 약합니다. 그래서 ’반치음(半齒音)‘이라 하며, ’획을 더하는 체계‘가 다르다고 하여 ’ㆁ, ㄹ ,ㅿ’을 이체자(異體字)‘로 분류합니다.
 

4) 명칭

’반치음(半齒音)‘, ’반시옷‘, ’가벼운 시옷‘, ’여린 시옷‘

 
⇒ ’반(半), ’가벼운‘, ’여린‘ 등의 용어는 무성음인 전청(全淸)에 해당하는 기본자 ’ㅅ‘보다 발음의 세기가 약한 울림소리인 불청불탁(不清不濁)에 해당하므로 붙인 것입니다.
 

반치음 사용의 예시

2. 반치음(ㅿ) 사용의 예

15세기에는 위 이미지의 예시와 같이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반치음이 사용된 대표적인 문헌인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석보상절>, <동국정운>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16세기에 접어 들면서 반치음은 사용의 빈도가 많이 줄어듭니다.
다음은 위의 예시 이미지를 형태소의 종류별로 묶어 그 뜻을 정리한 것입니다.

  • 명사 - 아우, 너새(휜털이 섞인 검은 말), 마음이, 어버이, 처음, 끝 없으시니(종성에 사용)
  • 부사 – 손수
  • 어말어미 – 경천근민하시어, 득도하여 돌아가서, 행적을 하여, 성인의 도리를 배우고자
  • 객체높임 선어말어미 – 안부를 여쭈고, 하늘을 섬기는 듯하여
  • 어간의 말음 – 이으셔도, 자손이 이어감을(’ㅅ‘ 불규칙용언)
  • 동국정운식 표기
초간본(반치음 사용) / 중간본 소멸(반치음 소멸)

3. 반치음의 소멸

1) 문헌 상

  • 15세기 – <용비어천가(1445년)>, <월인천강지곡(1447년)>, <석보상절(1447년)>, <훈민정음 언해본(1459년)>, <두시언해 초간본(1481년)> 등 다양한 문헌에서 두루 사용하였습니다.
  • 16세기 - <번역 소학(1518년)>에서 ’~ᄒᆞ여ㅿㅏ', '치운 후에ㅿㅏ’와 같이 일부 어미나 조사에 사용되었으며, 최세진의 <훈몽자회(1527년)>에서도 ‘而 (ㅿ)’와 같은 일부의 예만 있을 뿐인 것으로 보아,  반치음은 16세기 초부터 서서히 소멸의 과정을 밟으면서, <선조판 소학언해(1586년)>에서는 반치음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므로 반치음은 16세기 말에 소멸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17세기 - <두시언해 중간본(1632년)>’에는 <두시언해 초간본(1481년)>에서 ‘ㅿ’사용한 단어들이 모두 ‘ㅇ’으로 바뀌었습니다.

2) 소멸 양상

반치음의 소멸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중부 지방의 방언에서는 반치음이 소멸되어 초성에서 ‘ㅇ’이 된 반면에, 다른 지방 방언은 반치음이 ‘ㅅ’으로 바뀌기도 하였습니다.
 

① ㅿ > ㅇ

ᄉᆞᅀᅵ>ᄉᆞ이>사이,    ᄆᆞᅀᆞᆷ> ᄆᆞᄋᆞᆷ>ᄆᆞ음>마음,    ᄀᆞᅀᆞᆯ>ᄀᆞᄋᆞᆯ>ᄀᆞ을>가을,     여ᅀᅳ>여으>여우,     무ᅀᅮ>무우>무
 

② ㅿ > ㅅ

무ᅀᅮ>무수, 무시,    여ᅀᅳ > 여시, 여수
 
이상으로 반치음(ㅿ)의 발음과 다양한 문헌에 나타난 사용의 예와 더불어 그 소멸의 시기와 양상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