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께서 창제한 28자 중에서 'ㆍ, ㆆ, ㅿ, ㆁ' 은 현재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창제한 문자를 두 자 또는 세 자를 합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란히 쓰는 병서법과 위에서 아래로 이어 쓰는 연서법으로 확장한 문자 중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문자가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소멸한 문자의 쓰임과 그 역사를 아래와 같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창제한 문자 - ㆍ, ㆆ, ㅿ, ㆁ
- 병서법으로 만든 문자 - 어두자음군, ㆀ, ㆅ
- 연서법으로 만든 문자 - ㅸ
1. 창제한 문자의 소실
1) ㆍ(아래아) 소실
① 발음
훈민정음 해례의 기록의 ‘ㆍ’ 발음은 ‘혀가 오그라들고 소리가 깊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ㅗ’ 발음은 ‘ㆍ’와 동일하나 소리를 낼 때 입이 오므려지고, ‘ㅏ’ 발음은 ‘ㆍ’와 동일하나 소리를 낼 때 입이 벌어진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종합하면 ‘ㆍ’ 발음은 ‘ㅏ’와 ‘ㅗ’의 중간 발음〔∧〕으로, ‘평순모음’이며, 혀의 높이가 저모음인 ‘ㅏ’보다는 높은 ‘중저모음’으로 추정합니다.
② ㆍ(아래아) 소실 – 위의 예시 이미지 참고
- 16세기경 - 둘째 음절 이하에서 1차 음가 소실이 일어나기 시작하여 ‘ㆍ’는 ‘ㅡ 나 ㅜ’로 바뀌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률적이지는 않고 ‘ㆍ’와 ‘ㅡ 나 ㅜ’ 가 혼란스럽게 사용됩니다. 이로 인하여 모음조화가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 18세기경 – 첫째 음절에서 2차 음가 소실이 일어나 ‘ㆍ’가 ‘ㅏ’로 바뀌면서 ‘ㆍ’ 모음 자체의 발음은 소실되지만, 문자 표기는 관습적으로 ‘ㆍ’를 많이 사용합니다.
- 20세기 초반경 – 문자로서의 ㆍ는 관습적으로 한글 표기에 사용되다가 ‘한글맞춤법통일안(1933년)’에서 쓰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③ 기타 예시
ᄀᆞᄅᆞ치다 > ᄀᆞ르치다 > 가르치다
ᄀᆞᄅᆞ > ᄀᆞ루 > 가루
2) ㆆ(여린히읗) 소실
① 발음
입을 벌리고 성문(성대의 문)만 살짝 죈 상태가 발음 준비상태이며, 이어서 모음을 발음하면 죈 성문이 열리면서 파열하는 ’성문 파열음[ʔ]‘인 목구멍 소리입니다. 전청(全淸)에 해당하는 ’예사소리‘에 해당하는데, ’된이응‘으로 명칭하기도 하는 이유는 성문이 완전 개방되어 발음하는 ’ㅇ‘보다 성문을 살짝 죄었다가 파열시켜 발음하므로, 그 방식이 된소리 발음과 같기에 붙여진 명칭이지, 된소리는 아닙니다.
부딪쳐서 아플 때 내는 ’아!‘ 소리의 첫 부분에서 ’ㆆ‘ 발음을 알 수 있습니다.
② ㆆ(여린히읗)의 쓰임과 소실
초성과 종성에 쓰이는 자음 문자로 창제되었지만, ㅿ이나 ㆁ과는 달리 15세기 당시에도 ㆆ과 ㅇ 발음이 서로 비슷해서 구별하기가 어려워 우리말에서 광범위하게 쓰인 문자는 아닙니다.
주로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에 사용되었지만 16세기부터 동국정운식 표기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문자가 소실됩니다.
-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 – 한자음 초성, 한자음의 사잇소리, 이영보래 등에 사용
- 고유어 - 초성에서 ㆆ이 사용되지 않음. 사잇소리, 된소리 부호, 절음 부호 등 발음의 기능 위주 사용 'ㆆ'은 15세기까지 간혹 사용되다가 세조 이후에 ㆀ, ㆅ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3) ㅿ(반치음) 소실
① 발음
잇소리(치음) 계열이며, ’반(半)시옷, ’가벼운 시옷‘, ’여린 시옷‘ 등의 용어는 무성음인 전청(全淸)에 해당하는 기본자 ’ㅅ‘보다 발음의 세기가 약한 울림소리인 불청불탁(不清不濁)에 해당하는 [Z] 발음이므로 붙인 것입니다.
② ㅿ(반치음)의 쓰임과 소실
위의 이미지에서 보듯이, 명사, 부사, 어간의 말음, 객체높임 선어말어미, 어말어미, 동국정운식 표기 등 다양한 곳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다가 16세기 말경에 소실됩니다.
4) ㆁ(옛 이응) 소실
① 발음
사실 훈몽자회에서 유래한 '異凝(이응)'이라는 명칭은 위 이미지에서 보듯이 ’옛이응‘이 초성과 종성에 들어간 명칭입니다. 즉, 초성과 종성에 모두 다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후 초성에서의 발음이 점차 소멸하고, 종성에서의 표기도 점차 비슷한 모양인 ‘ㅇ’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아래와 같이 ’ㆁ(옛 이응)‘은 목구멍 소리인 ‘ㅇ(이응)’과 발음이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 ㆁ(옛 이응) - 발음 위치는 ‘ㄱ’과 같은 계통의 음인 어금닛소리(연구개음)이며, 발음 방법 상은 비음에 해당하며, 오늘날 ‘종성 이응’ 발음[ŋ]입니다. 음양오행으로 보면 목(木)에 해당하는 어금닛소리이지만, 나무(木)의 새싹이 물(水)에서 생겨나 연약하면서 물기가 많은 이치에 따라 ‘ㅇ’에 새싹 모양의 꼭지를 만들었으므로 ‘꼭지 이응’이라고도 하며 이체자(異體字)로 분류합니다.
- ㅇ(이응) - 모음을 발음할 때, 발음기관의 장애가 없이 숨이 나오는 ‘목구멍 모양’을 본떠 'ㅇ' 자음을 만들었으므로 오늘날 초성에 사용하는 음가가 없는 형식적 자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양오행으로 보면 목구멍은 깊숙하고 젖어 있으며, 소리가 비어서 통하니 마치 물이 비고 투명하게 흐르는 것과 같으니 수(水)에 해당합니다.
② ㆁ(옛 이응)의 쓰임과 소실
위의 이미지에서 보듯이, 16세기 전반까지는 초성의 상대 높임 선어말어미, 종성의 어간,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 등에 두루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16세기 후반 이후에는 <소학언해> 중 일부에 제한적으로 쓰였고, 17세기에 접어들면서 모양이 비슷한 ‘ㅇ’으로 대체되면서 소실됩니다.
※ 초성의 ㆁ(옛이응)이 종성 이응 [ŋ] 이 된 사례
- 붕어, 상어, 잉어, 뱅어, 오징어 ⇐ 부ᅌᅥ(鮒魚), 사ᅌᅥ(鯊魚), 리ᅌᅥ(鯉魚), ᄇᆡᆨᅌᅥ(白魚), 오즉ᅌᅥ(烏鰂魚)
- 강아지, 송아지, 망아지 ⇐ 개+ᅌᅡ지, 소+ᅌᅡ지, 말+ᅌᅡ지
2. 병서법으로 조합한 문자의 소멸
병서법은 초, 중, 종성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문자 운용법입니다. 그 중에서 다음과 같이 초성에 사용되었지만 오늘날은 소멸되어 사용하지 않는 문자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어두자음군 – 두 가지 이상의 자음 발음이 합용병서로 조합되어 초성에서 사용된 형식
- ㆅ(쌍히읗) - 각자병서로 조합된 단일한 소리인 된소리 ‘ㄲ, ㄸ, ㅃ, ㅆ, ㅉ, ㆅ’ 중 하나
- ㆀ(쌍이응) - 된소리는 아니지만 각자병서로 조합된 단일한 소리
1) 어두 자음군 소멸
과거에 초성에서 서로 다른 자음 발음을 연속적으로 발음하였으므로, 나란히 어울러서 표기하는 자음입니다. 현대 국어에서는 어두자음군 발음이 사라져서 더 이상 표기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① 종류
- ㅅ 계열 - ‘ㅅㄱ’, ‘ㅅㄷ’, ‘ㅅㅂ’이 있습니다.
- ㅂ 계열 - ‘ㅂㄷ’, ‘ㅂㅅ’, ‘ㅂㅈ’, ‘ㅂㅌ’이 있습니다.
- ㅄ 계열 - ‘ㅂㅅㄱ’, ‘ㅂㅅㄷ’이 있습니다.
② 어두자음군의 쓰임과 소멸
❶ 중세국어
임진왜란 이전의 중세국어에서 ‘ㅅ 계열’의 합용병서는 어두자음군이 아니라 단일한 된소리 표기로 봐야 한다는 설이 있지만, 중세국어의 우리말에는 된소리 발음이 거의 없었기에 위에 제시된 이미지의 예시는 각각의 자음을 연속하여 발음하는 ‘어두자음군’으로 보고 있습니다.
❷ 근대국어
임진왜란 이후의 17세기 ‘근대국어’에 접어들면서 어두자음군 발음의 혼란으로 자연스럽게 된소리가 본격적으로 출현하게 되며, 조선 후기에는 어두자음군 발음이 거의 소멸하였으며, ㅅ계 합용병서가 관습적으로 된소리를 표기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ㅳ, ㅄ, ㅶ의 표기법은 길게는 18세기까지 유지되지만, 위의 이미지에서 보듯이 그 전에 ㅴ, ㅵ, ㅳ, ㅶ는 대부분 ㅺ, ㅼ, ㅾ 표기의 된소리로 수렴됩니다. 쉽게 말하면 ㅂ계 어두자음군이 사라진 것이며, 표기상으로 ㅅ계 어두자음군이 있지만 된소리가 되면서 발음상으로 어두자음군은 소멸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❸ 19 ~ 20세기
위의 이미지는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 1925>의 초판본으로 ‘ㄲ’ 대신에 ‘ㅅㄱ’이 사용되었네요.
된소리의 표기로 과거의 ㅅ계 합용병서와 각자병서 중 무엇이 타당한지 논쟁하다가 최종적으로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각자병서를 쓰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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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ㆅ(쌍히읗) 소실
훈민정음의 문자 운용법 중, 병서법의 일종인 각자병서로 조합한 ‘ㄲ, ㄸ, ㅃ, ㅆ, ㅉ, ㆅ’은 단일한 소리인 된소리 발음을 표기하는 자음 문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말 표기에서 ‘ㅆ’과 ‘ㆅ’만이 우리말 단어의 초성 발음에 쓰였고 나머지는 주로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에 쓰였습니다. 그 까닭은 중세국어의 우리말은 된소리 발음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된소리 발음은 임진왜란 이후의 17세기 근대국어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 중 'ㆅ'은 오늘날 사용하지 않는 문자입니다.
① 발음
다음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내용입니다.
‘전청자(ㄱ,ㄷ,ㅂ,ㅅ,ㅈ)를 나란히 쓰면 전탁자(된소리)가 되는데, 이는 전청의 소리가 엉기면 전탁이 되기 때문이다. 오직 후음(목구멍소리) 글자의 경우에만 차청자(ㅎ)를 이용하여 전탁자(ㆅ)를 만드는 것은 대개 전청자(ㆆ)가 나타내는 소리가 깊어서 엉기지 못하는 데 비해, 차청자인 ㅎ이 나타내는 소리는 얕아서 엉기어 전탁이 되기 때문이다.’
위의 기록으로 보아 ㆅ(쌍히읗)은 목구멍소리 계열의 된소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② ㆅ(쌍히읗)의 쓰임과 소실
❶ 동국정운식 표기에 사용
위 이미지의 첫 번째의 예시로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에 사용되었습니다.
❷ 우리말 표기에 사용
위의 이미지에서 보듯이, 나타나는 조건은 한정되어 있어서 반드시 모음 ‘ㅕ’ 앞에서 쓰여 ‘ᅘᅧ’라고 하는 어간을 가지는 동사로만 쓰였습니다.
❸ 소실
바로 위의 이미지를 보세요.
'ㆅ'은 15세기까지 사용되다가 세조 이후에 'ㆆ, ㆀ'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세조 이후에 ‘ᅘᅧ’의 표기법이 ‘혀’로 바뀌면서 표기법에서 소멸되지만, 음가가 일부 남아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17세기 근대국어의 문헌에 된소리 표기로 볼 수 있는 ‘ㅅㅎ’을 써서 ‘ㅅ혀’로 쓰인 예가 있는 것으로 보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세국어의 'ᅘᅧ다'가 ‘불을 켜다'의 '켜다'로 바뀌었으며, 경상도 방언에서는 ‘켜다’ 대신에 ‘쓰다/써다’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ㆅ’이 ‘ㅎ’에서 ‘ㅆ’으로 변화한 썰물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합하면 ‘ㆅ’이 ‘ㅎ’에서 ‘ㅋ’ 또는 ‘ㅆ’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ㆀ(쌍이응) 소실
훈민정음의 문자 운용법 중, 병서법의 일종인 각자병서로 조합한 문자입니다.
① 발음
각자병서 문자는 대체로 단일 음가인 된소리 발음이지만, ‘ㆀ’은 된소리가 아니라 협착음입니다.
② ㆀ(쌍이응)의 쓰임과 소실
'ㆀ'은 15세기까지 간혹 사용되다가 세조 때 ㆆ, ㆅ과 같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특별한 소릿값은 없었고 단지 뜻을 구별하는 용도였으리라 추정됩니다. 문법론적으로 피동이나 사동을 나타내는 접미사 '-이-'가 어말 어미 등과 함께 축약될 때에 쓰였다고 봅니다.
3. 연서법으로 조합한 ㅸ(순경음 비읍)의 소멸
연서법(連書法)은 훈민정음에서 순경음(脣輕音)을 표기하기 위하여 순음의 아래에 ‘ㅇ’을 이어 쓰는 문자 운용법입니다. ‘ㅱ’, ‘ㅸ’, ‘ㆄ’, ‘ㅹ’이 있으며 대체로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에 주로 쓰였습니다. 여기서는 이 중에서 우리말에 유일하게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소실된 문자인 ‘ㅸ’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① 발음
원래의 ‘ㅸ’의 발음은 무성음인 순음(입술소리)의 전청(예사소리)에 해당하는 ‘ㅂ’의 가벼운 소리이므로 안울림소리(무성음)입니다.
그러나, ‘ㅸ’이 울림소리인 모음 사이, 혹은 울림소리인 ‘ㄹ’이나 ‘ㅿ’과 모음 사이에서 음운이 변동되어 울림소리(유성음)로 발음됩니다.
② ㅸ(순경음 비읍)의 쓰임과 소실
❶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
초성과 사잇소리의 발음으로 사용합니다.
❷ 우리말에서 사용
- 15세기 - 순경음 중에서 ‘ㅸ’만이 15세기에 우리말을 표기하는데 두루 사용되었습니다. 주로 ‘ㅂ’이 울림소리 사이에서 음운 변동(울림소리 되기- 유성음화)이 된 상태인 유성 양순 마찰음인 [β]인 ‘ㅸ(순경음 비읍)’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 16세기 - 모음 ㅗ/ㅜ나 ‘ㅇ’ 으로 바뀌면서 발음이 사라지고 문자 또한 소실되게 됩니다, 일부 경상도 방언에서는 ‘ㅸ’ 발음이 남아 있습니다. ( 예시 - 도 ㅸㅏ > 도와, 고ㅸㅏ > 고와, 수 ㅸㅣ > 수이 > 쉬)
이상으로 세종대왕께서 창제한 28자 중에서 현재 소실된 문자인 'ㆍ, ㆆ, ㅿ, ㆁ'과 문자 운용법인 병서법으로 조합한 문자인 ' 어두자음군, ㆀ, ㆅ' 과 연서법으로 조합한 'ㅸ'의 발음과 그 쓰임과 소멸의 역사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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